임신은 여성의 책임?
'임신은-여성의-책임','얼마전 술자리에서 한 선배는 이상한 논리를 폈다.
남자만이 주장할 수 있는 해괴한 논리랄까.
남성이 여성과 결혼한 삶을 사는데 있어서 섹스가 가지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물론 결혼 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그저 그런 낭만을 꿈꾸는 자유주의 연애가 일뿐일것 같은데... 암튼 달변인 그는 오래전 사라져버린 한 전설의 선배의 잘못된 결혼을 안주삼아 그의 해괴한 논리가 타당함을 설명하였다.
줄이면 , 그 사람의 주장은 섹스리스한 삶은 무료하고 권태하며, 이런 속궁합이 잘 안맞는 사람과 사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일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접촉이 가능한 여러 사람과 사귀면서 잠을 자보는 것이란다.
뭐 어느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특히 그 선배의 가정사가 그리 순탄치 않음을 알고 있는 나로써는 삶의 행복의 반경이라는것이 그러한 것에서 전재 되어 버린 그의 논리에도 반쯤 수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결론적으로 남성은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 되어 가자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말해, 엔조이에서 임신은 여성이 상당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말을 얼마전 친한 지인의 결혼식에서도 했다. 나는 정말이지, 내 여자 동료가 앞에 앉아있는 상태에서도 차분히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 꾸며낸 상황으로 믿겨질 만큼 난처하고 곤혹 스러웠다.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개체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행위를 갈망한다는 것은 1차원적인 문제다. 말그대로 생물학적 요구인것이다. 나는 2000년 전에도 , 3000년 전에도 인류는 동일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다윈의 진화를 감안하더라도, 유전적으로 진화하는데는 그 이상의 세월 - 억겁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물론 심리학적 진화는 쉼게 가능하다. 사람은 환경에 맞춰서 사는 것이니까. 그러나 원래 가지고 있는 몸의 능력이 한정되고, 소뇌에서 몸의 기능과 욕구를 지정하여 콘트롤 하는 것은 이미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다.
당연히 삶을 살아가는데 1차원적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등을 가지고 충족하는 것은 추구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인간답게 이루어질 것인지는 대뇌가 주관한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를 남에게 위협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문화]라는 테두리를 의지한다. 단지 사람과 사람이 살면서 그 삶의 형태적 요소를 일컫는 고양적인 단어인 [문화] 이상으로, 우리는 문화에 의지하면 자연스럽게 남과 마찰하지 않고 살수 있는 것이다.
이점을 생각한다면, 그의 논리는 다분히 비 문화적이다. 즉, 대뇌는 있으되, 소뇌의 말초적 본능을 그럴듯 하게 포장할 뿐인것이다. 몇천년에 걸쳐 발전해온 인간적인 문화 즉, 일부 일처제에 대해 극히 감정적인 대립을 하고자 하는 것 뿐이다. 그것이 결국 한사람에게 사랑을 하는 것은 결코 남성의 본성상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출간된 '내 아내가 결혼했다'는 소설은 새로운 사랑의 모양새, 즉 두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재정적 문제와 집안이 서로 만난다는 사회적 문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의 배경에서 전개된것이 아닌 만큼 와닿지는 않는다.
사랑이 한사람에게만 귀속되지 않는다는 것-그게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필요한 배경적 이론이 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비약이기 때문이다.또한, 사회적으로 한사람에 대해 사랑을 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환타지 이긴 하지만 - 여러사람을 분별없이 사랑함으로써 야기되는 책임의 문제를 최대한 막아보자고 하는 앞서 죽은이들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과연 혼전 관계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 그게 여성의 책임이 더 큰 걸까? 나는 전혀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게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 남성은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임을 질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한다. 서로가 즐거워서 원나잇을 보내고, 그로 인해 발전된 한 사람의 육체에 대한 상처와 양가 집안 문제까지 야기되는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모두 여성의 문제로만 넘기기에는 너무 너무 큰 일이다. 일이 생기기전에 서로가 그것에 노력함은 당연하겠지만,
임신을 했다면 그 원인이 단지 여성으로만 국한 될 수 없는 문제다. 씨를 안뿌렸는데, 싹이 날리 없지 않나? 씨를 뿌려도 싹이 안난다면 나쁠일은 없겠지만, 일단 싹이 나면 그것은 분명히 씨가 뿌려졌다는 것인데, 어째 그것이 토양의 문제이기만 한다는 것인지......
그 선배의 이야기 .... 차라리 그냥 나는 섹스가 좋고 즐겁다고 하면 오히려 더 반감이 줄것을, 분명하지 않는 논리로 포장하려하니, 결론적으로 여성을 비하할 수 밖에 없다.
그냥 난 결혼하기 전엔 최대한 많은 사람과 사귀어 볼꺼야. 차라리 그게 모양새가 낫겠다. - 아니.....차라리 말을 안해도 된다. 누구나 그러니까.
또 사랑하는 여성이 그 말을 알아 들으면 얼마나 괴로울까. 자신은 단지 그의 시험의 대상일 뿐인 것이다. [연애의 환상을 깨지 않고 있는 것은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솔직할 수 있어 좋을때가 있다.]
아무렇게나 남성의 이론을 강조하지 마시라. 욕만 얻어먹고 이미지만 나빠진다. 게다가 그사람은 과거에 그 문제로 엄청나게 심각하게 이미지에 데미지를 입지 않았던가. 당사자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아 지난세월 힘들어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자를 \'광녀'로 몰아붙이고, 현재도 그 개념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런걸 왜 신경쓰냐고? 그 뒷치닥꺼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내 자신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