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나와 최지현의 책 하버드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영풍문고 간김에 서서 한번 스윽 훑어 보았습니다.
아직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으므로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아닙니다.
네이버로 금나나씨가 책을 내게 된 배경을 하도 많이 보아서 그런지 한줄요약을 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읽은 몇가지 인터뷰를 토대로 해보면, 금나나씨는 이번에 하버드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고 싶은데 [정확히 말하면 의과대학원에 진학] 다떨어져서 충격을 받았다.그리고 지금은 좀 살만해졌다. 자신의 책은 그 과정을 담은 책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전에도 박혜나의 하버드 스토리라던가 하는 책을 읽으면서, 하버드 대학을 가는게 참 어렵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는 것도 쉬운일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는데, 소위 공부좀 했다는 소리를 듣던 금나나씨가 하버드에서 겪은 일들을 낸 책이라는 말을 들으니 몇가지 단상이 떠오르더군요.
첫번째는 이쁜 사람은 학교다닌 것만으로도 책을 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금나나씨가 미스코리아로 얼마나 얼마나 예쁜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머 그럭저럭 하는 수준이라도 얼굴이 예쁘기 때문에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이슈가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하버드에 갔다.. 뭐 이게 책이 될만한 이슈인거죠. 우리나라 교육열의 궁극적인 열반인 하버드 입학도 이뤄낸 사람이니 대단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하버드 대학 입학한 많은 학생들 중에서 금나나씨 처럼 학교 다닌 이야기만 가지고 책을 내고 이렇게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되겠습니까.저는 그분의 미모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대학원 떨어지는 정도의 고통으로도 모든 걸 깨달은 열반의 경지에 오르는 건가? 하는 좀 비꼬고 싶은 심정입니다. 금나나씨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이 경험한 충격과 고통의 사례로 하버드 라이프를 기술하였습니다. 그녀가 겪은 고통의 정점은 의과 대학원 진학 실패라고 했습니다. 가끔 제가 발견하는 서울대학교나 KAIST의 후덜덜 스팩을 가진 학생들의 특성이자, 취약점은 실패하는 캐리어를 안 만들려고 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내가 이것을 하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그 마음이 스트레스가 되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던가, 조그마한 실수에도 우울증을 겪는다던가 하는 것이죠. 심지어는 자신이 실수하거나, 실패한 것을 아주 미화하거나, 극단적으로 비화하거나, 숨기는 일도 많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조금만 동정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같이 화를 내죠.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대학교 진학한 사람들 중 30% 정도는 아마도 재수, 삼수를 한 사람들일꺼고, 금나나씨 보다는 더 힘든 실패를 겪어본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진학은 아마 학생으로서 겪게 되는 가장 첫번째 좌절 정도겠죠. 저도 재수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선택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낙오자다 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한국풍토에서 대학원 진학실패는 어쩌면 인생의 큰 고통으로 인식될만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그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대단한 일일까요...
대학원 낙방 정도로 실패를 경험하고 뭐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감히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듭니다. 물론, 저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은 진학실패, 학위실패가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몇시간 동안 재고해 볼 만큼 (예를들어 나는 왜 이모양일까) 충격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빨이 모조리 흔들릴만큼 그 정도의 스트레스와 충격은 아니라는 거죠.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금나나씨 말대로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잖아요' 라는 말을 할 수 있으려면 금나나씨가 경험한 것 그 이상으로 훨씬 생명에 위협적이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어떠한 일의 실패로 인해,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잃기도 하고, 시한부를 선고받거나, 장애인으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자식을 잃거나, 존재를 잃어버리는 그런 극단적인 충격을 받는데 반해, 내년에도 다시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재도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꿈을 약간 우회 하는 정도에 달하는 고통을 겪으면서 [내 인생은 정말 흔들렸다] 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아직 어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번째로, 금나나씨는 자신이 세운 나름대로의 인생의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 하는 점입니다. 자신이 의사가 되려고 한다면 왜 굳이 하버드를 갔을까. 그리고 왜 미인대회에 나간 것일까 하는 거죠. 알려진 대로 금나나씨는 경북대에서 의예과을 합격한 후 미인대회도 나가고 하버드도 간 것이죠... 금나나씨가 스스로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인지 아니면 이땅의 무수한 수험생들에게 좌절의 고통을 맛보게 해주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를 준비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외국의 유수 인재들을 만나면 가보고 싶지만, 단순히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은 아니죠. 아마도 그냥 자신이 모든 부분에서 최고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열망을 가진게 아닌가 싶어요. 나나씨 개인적으로야 어째되었든 상관없어요. 그러나 이 사람은 책과는 관계없이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렸고 이슈가 된다는게 문제입니다. 분명 모든 부모님들의 완벽한 아이 모델 역할은 하고 있지만, 금나나씨 자체가 대한민국 교육의 아이콘이고 인식의 저질스러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치 못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그냥 시험해 보는 것이라면 책을 내거나 너무 언론에 드러나는 것 같은 스타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조금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넷째는 이분 참 대단하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비판한다 하더라도 금나나씨가 성적을 좋게 받기 위해 피땀으로 노력한 것은 폄훼할 수 없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완벽하다는게 바로 이런 거죠. 클래스가 완전히 달라요. 외계인. 그런데 그런 완벽을 향하는 것이 자신을 또 갉아먹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하버드에서 그정도 트레이닝이라면 인생을 두고 아마 두려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참 많이 부럽더구만요.
책만을 두고 이야기 한다면 ... 훑어보면서 읽을만한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원래 이분 책을 조곤 조곤 잘 쓰시더군요. 금나나씨가 하버드 라이프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 디테일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는 몇없잖아요. 그리고 그런 공부벌레들이 모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작문을 필사적으로 했다는 부분이나 열심히 했지만 성적 취득에 실패한 이야기들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영어 에세이와 논문 부분은 영작에 대한 필사적인 노력을 해대야 하는 상황이라 유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영어에 뜻이 있거나 유학을 고려하거나, 앞으로 공부라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예비대학생들이라면 추천할 만한 책이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근성과 열망은 정말 대단하죠. 요즘 대학생들은 성적을 비정상적으로 좋게 받는것에는 관심이 있는 반면, 자신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든요. [예를 들어 평가를 올려달라는 메일을 보낸다던가 하는 것들이죠] 이전 도서 금나나의 공부일기 처럼 학업에서 높은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노하우를 적극 공개하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 뭐 빌려읽든 사서읽든 해야겠지만.... 금나나씨와 공저한 최지현씨는 어떤 부분을 쓴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더군요. 금나나씨가 영어로 쓴 글들을 번역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뉴스위크 번역위원이라는데 아마도 그런듯.
뭐 이런 저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또 몇년뒤에 하버드 그 후 이야기 뭐 이런 걸로 또 책을 내시겠죠?